전민동성당 강론
오소서 성령님 (교중. 새로 나게 하소서)
다들 부활하셨죠? 문자를 받다보니 누가 부활한지 모르게 문자가 와요. "방신부님 부활을 축하합니다." 그런 문자를 보면, 내가 부활했다는 얘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여러분도 그런 문자 받아보셨죠? 여러분 다 부활한 겁니다. 여러분 부활 축하합니다. 어떤 본당들은 미사 전 연도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면서 말입니다. 우리가 잊지 않고, 거기 보니 신자 학생들도 있더라고요. 여러분도 각자 연도를 바치면서 이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제 전 엉뚱한 강론을 읽어드린 적이 있는데요. 오늘은 정확한 글을 읽어드리겠습니다. (대전교구 유흥식 라자로) 주교님의 부횔절 메시지를 읽으며 강론을 대신하겠습니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님은 부활대축일 메시지에 앞서 "세월호 여객선 침몰로 희생된 분들과 가족들께 슬픔과 통분을 함께 나누며 진심으로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실종자들의 안녕을 바라며, 희생자들에게는 하느님의 자애로운 은총으로 천국으로 인도되길 바라셨다.)
대전교구장 주교, 2014년 예수부활대축일 메시지
믿음과 생활이 일치하는 삶을 삽시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인간을 사랑하셔서, 우리의 모든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셨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은 우리 신앙의 뿌리이며, 삶의 희망이고 행복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은총이 이 세상 모든 이에게, 특별히 대전교구 구성원 한 분 한 분에게 풍성하게 내리시길 기도드립니다.
우리 사회는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실직자의 수와 먹을 것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생계형 범죄가 증가하고,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입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돌본 농산물을 갈아엎는 농부의 눈물과 자식처럼 키운 닭, 오리를 땅에 묻는 축산농가의 깊은 좌절과 한숨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했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의 실의와 성적을 올리기 위한 과도한 경쟁으로 점점 메말라가는 청소년들의 각박하고 불안한 정서를 통해 어둠의 그림자를 봅니다. 눈물의 골짜기에서 헤매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하느님께서 아픈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 이즈음 교중에서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고, 신부님은 낭독을 중지함 *** )
2014.4.20 부활절 오전10:30 교중미사.
당일 신부님은 위 내용에서 멈추었으며, 아래 내용은 주교님 메시지의 나머지.
사랑하는 형제 자매님,
그리스도교 신앙은 부활만의 신앙이 아닙니다. 우리 신앙은 죽음과 부활의 신앙입니다. 그러므로 살기 위하여 먼저 죽어야 합니다. 다른 길이 없습니다. 만약 죽지 않아도 되는 다른 길이 있었다면 좋으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셨을 것입니다. 죽음을 통하여만 살 수 있는 길이 너무도 어려우므로 당신 아들을 보내셔서 먼저 죽으셨다가 부활하시면서 우리들에게 직접 가르쳐 주셨습니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고 따르는 우리도 생활 안에서 죽음과 부활의 신앙을 실천해야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굳은 믿음은 우리가 만나는 이웃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사랑하는 삶으로 이끌어 줍니다. 나이와 신분과 계급을 초월하여 우리 모두를 한 가정의 형제자매로 만들어 줍니다. 형제자매를 위하여 함께 웃고 울고, 내 이웃을 구체적으로 존중하는 삶을 사는 것은 부활의 신앙 안에서 자신을 죽이는 사랑의 실천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불의와 아픔을 분노로만 대응하는 사람은 예수님의 죽음만을 보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이라는 지평에서 세상의 고통을 보는 우리는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조용히 그리고 적극적으로 사랑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믿음과 생활이 일치하는 참된 신앙의 실천은 복음으로 무장하여 욕심을 줄이고, 돈 중심에서 하느님 중심으로 회심하는 삶을 의미합니다. 내가 만나는 이웃들의 어려움과 배고픔을 알아보고 나의 모든 재능과 가진 것을 나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웃을 더 많이 사랑하고 봉사하는데 사용하는 삶을 의미합니다. 분쟁이 있는 곳에서 평화를 이끌며, 경쟁과 거짓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진실과 사랑을 삶으로 증거하며, 슬픔을 기쁨으로 변화시키는 삶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기도처럼,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대전교구 가족 여러분,
세상이 어렵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세상은 밝아지지 않습니다. 내가 나 자신을 태우면서 작은 빛을 비출 때에 세상은 밝아지기 시작합니다. 이로써 우리는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누룩이 될 것입니다. 그리스교 신앙인으로서 믿음과 생활이 일치된 삶만이 많은 어려움에 처한 우리 교회와 사회의 모든 문제들에 대한 복음적인 대답입니다. 신앙과 생활이 일치된 복음적 삶을 살 때,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 너희 품에 담아 주실 것이다.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되받을 것이다.”(루카 6, 38)라는 말씀과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사도 20, 35)는 말씀의 의미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죽음과 부활의 신앙을 실천하신 예를 순교자에게서 봅니다. 신앙의 빛으로 조명된 순교자들은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노비를 해방시키고 그들을 형제자매로 대했습니다. 천국의 영광만 기다리기보다 구체적인 삶의 모든 순간에서 행하는 신앙 실천은 우리의 장한 순교자들께서 보여주신 길입니다. 순교자들은 우리가 본받을 수 있는 거울과 같은 존재이며, 영원한 삶의 아름다움을 미리 보여주는 분들이십니다. 우리의 장한 순교자들에게 “너희가 우리보다 낫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주님께서도 우리를 보시고 “잘하였다. 착한 종아! 네가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열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을 가져라.”(루카 19, 17) 라고 말씀하실 수 있는 삶을 살도록 합시다.
2014년, 우리 교회는 기적과 같은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받았습니다. 전 세계인과 교회의 사랑을 받으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대전교구에서 열리는 ‘제 6회 아시아 청년대회’와 ‘제 3회 한국 청년대회’에 참석하시기 위하여 내한하시는 교황님께서 4일 간의 방문 중 2일을 대전교구에 머무십니다. 교황님께서는 또한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순교자’ 시복식을 주례하시고,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나라의 화해와 평화를 위하여 하느님의 큰 은총을 청하는 미사를 봉헌하실 것입니다. 이 모두가 우리의 장한 순교자들께서 전구해 주신 기도의 열매라고 믿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을 복음에서 말하는 슬기로운 처녀의 모습처럼,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는 자세를 지닌 모습으로 기다립시다(마태 25, 1-13 참조). 우리 각자가 죽음과 부활의 신앙을 머리와 가슴에 새기고 삶에서 이를 실천할 때 교황님의 메시지가 우리에게 더 큰 은총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땀을 흘리며 수고해야 더 많은 수확을 낼 수 있으며, 노력한 만큼 결실을 가져오고, 순금은 높은 온도의 제련을 통하여만 얻을 수 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져다주시는 기쁨에서 제외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용서하시는 데에 결코 지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우리가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데 지쳐 버리곤 합니다「( 복음의 기쁨」 2항 참조). 우리는 때때로 많은 조건이 갖추어져야만 행복할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핑계와 불평거리를 찾으려는 유혹을 받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삶에 새로운 시야와 결정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한 사건, 한 사람, 즉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에서 새로운 희망과 기쁨을 보게 됩니다「( 복음의 기쁨」 7항 참조). 이 기쁨과 희망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때 비로소 우리도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의 빛에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교구장으로서 한 가지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오는 8월 18일까지 정오 삼종기도 후에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을 교황님, 청년대회, 시복식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바치며 마음을 모아주시길 권고합니다! 함께 기도하며 은총의 빛으로 나아갑시다. 2014년 부활절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 신앙 안에서 다시 태어나 삶의 매 순간을 신앙의 빛으로 비추고 신앙을 증거하는 삶을 살게 되기를 바랍니다. 순교자의 후예로서 선조들이 걸어가신 길을 따라 두려움 없이 나아갑시다.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2014년 4월 20일 예수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대전교구 교구장 주교 유 흥 식 라자로
(실제상황)
주임신부님은 주교님 메시지를 완독하지 않았다. '정말 하느님께서 아픈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라는 대목을 강조하듯 반복하고 있을 즈음에 휴대폰에서 터져나오는 전화벨이 줄기차게 울리며 성당에 퍼져나갔다. 전통적인 '따르르르릉'이란 벨소리였음을 감안해보면 아무래도 노년층의 휴대전화였을 가능성이 높은데, 주임신부님은 이렇게 말하면서 강론을 중간에서 마쳐버렸다. "정말 지치지도 않고 울리는 군요. 강론 끝을 알리는 벨이 울려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그러면서 자리로 물러가 앉았다. 미사가 끝난 후 주임신부님은 앞선 강론 시간에 생겼던 휴대폰 벨소리를 다시 언급하면서 당부의 말을 건넸다.
"핸드폰 잘 다스려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이 미사가 지상에서 드리는 마지막 미사라는 생각으로 집중해주셨으면 합니다. 여러분도 하느님이 주시는 지상의 마지막 미사라는 생각으로 핸드폰을 잘 다스려서 미사에 지장이 없도록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혹시 제가 건물을 짓게 되면 핸드폰방, 유아방 이렇게 하던지 ... 아무래도 그래야되겠죠? 핸드폰 끄면 죽어야 될 것 같은 사람 끄던지, 죽던지... 아무튼 부활 대축일 축하드립니다. 오늘 미사를 드려보니, 밤 미사와는 좀 달라요. 좋습니다. 여러분 많이 은총받았을 것 같고, 부활절 위해 수고하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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