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란 무엇인가
내 집 문간에 앉아있는 지혜를 발견하려면
지혜는 다정한 영이다
지혜는 다정한 영이다. 지혜는 다정하다. 지혜는 ‘영’이기 때문에 이성도 아니고 지성도 아니며 감성은 더더욱 아니다. 지혜는 곧 ‘영성’이다. 그런데 그 ‘영성’ 중에서도 ‘다정함’을 지닌 영이다. 사람들은 지혜를 얻으려고 온 세상을 떠돌아다닌다. 어떤 이는 세상의 온갖 학문을 섭렵한다. 가장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지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지혜는 내 집 문간에 앉아있다. 그런데 우린 그걸 못 알아본다. 지혜가 세상을 떠돌아다녀서 얻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양의 공부를 해서 얻어질 수 있는 게 아니란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문 앞에 앉아있는 지혜를 어떻게 반갑게 맞이할 수 있을까? 구약성경의 지혜서 6장 14절에 이런 말이 나온다.
“지혜를 찾으러 일찍 일어나는 이는 수고할 필요도 없이 자기 집 문간에 앉아 있는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
지혜는 발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혜는 ‘발견’해야 한다. 그래서 ‘발견’하려는 마음이 참으로 중요하다. 지혜의 발견에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하나는 ‘사랑’이고 두 번째가 ‘따뜻한 가슴’이다. 왜냐하면 지혜는 ‘다정한 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정 누군가를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하려면 그 마음가짐을 소중하게 키워야 한다. 그리고 소중한 키움을 위해 절대적 기준을 바탕으로 한 배움이 필요한데, 바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배움의 기원이 된다.
지혜서 후반부(제3부, 10장~19장)에 대한 묵상
이것은 지혜서의 후반부에 대한 묵상글이다. 지혜서 10장부터 19장(끝)까지가 후반부를 구성한다. 지혜서는 크게 3부로 나뉜다. 1부(1~5장)는 불사불멸에 대한 희망을, 2부(6~9장)는 지혜에 대한 찬가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 읽는 3부는 역사에 대한 고찰이 대부분이다. 특히 탈출기의 미드라쉬가 되겠다.
지혜서 후반부(10~19장)는 탈출기의 미드라쉬
‘미드라쉬’(midrash)는 ‘세밀한 탐색’을 말한다. 그래서 지혜서의 3부(10~19장)는 탈출기에 대한 세밀한 탐색을 말한다. ‘미드라쉬’를 좀 더 풀어말하면, 성스러운 성경 본문에 포함된 아주 사소한 세목들의 이면에 숨어있는 더 깊은 뜻을 발견하기 위한 목적으로 강론의 형태로 구약 성경을 탐색하는 유다주의의 한 방식이라고 한다.
<블레이드 러너>(1982), <글래디에이터>(2000) 등을 감독한 명감독 리들리 스콧(1937년생)의 작품으로, 2014년 12월 3일 개봉한 영화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Exodus: Gods and Kings>의 인물관계도. 이집트 왕국에서 형제처럼 자란 모세와 람세스는 서로 맞서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모세는 자신이 400년간 억압받던 노예들을 이끌 운명임으로 깨닫고 탈출을 결심하게 된다.
크리스찬 베일이 모세 역을 맡았다. 스펙타클한 장면와 화려한 볼거리가 많았지만,
진부한 스토리 전개로 흥행은 성공적이지 않은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지혜서의 후반부를 구성하는 것은 탈출기에 대한 세밀한 해석이다. 지혜서의 마지막은 탈출기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탈출과 지혜는 매우 가까운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지혜서의 3부는 탈출기에 대한 신학적이고도 윤리적인 재해석이다. 특히 지혜서 제10장은 두 개의 소제목, ① 선조들을 이끌어준 지혜(10,1~14), ②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구해 낸 지혜(10,15~21)로 되어 있다. 말 그대로 앞으로 펼쳐질 (11~19장) 이집트 탈출과 광야이야기를 이끌어낸 ‘지혜’를 정의한 구성인 것이다.
<탈출기>는 20장이 핵심 - 십계명
지혜서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탈출기의 스토리는 총 40장으로 구성된 대서사시이다. 이집트에서 종살이를 하게 된 까닭과 모세의 탄생, 그리고 불타는 떨기 속에서 나타나시어 모세에세 소명과 능력을 주시는 것이 그 전반부의 내용이다. 그렇게 주님은 이집트에 열가지 재앙을 통해서 완고한 파라오로부터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어내셨고, 이후로 광야로 이어지면서 가장 핵심이 되는 십계명이 탈출기의 절정에 해당된다. 탈출기 20장의 내용이다.
지혜서 후반부는 <탈출기> 심화학습용 교재
한편 이스라엘의 탈출은 이집트 입장에서 보면 징벌과 멸망의 위협에 시달리게 만든 내용이었다. 그 사건들 속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이 보여주신 엄청난 사랑을 느낀다. 지혜서 후반부는 그래서 탈출기의 심화학습판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다시금 역사를 통해 지혜를 주려는 것이 지혜서 10장부터 19장의 내용이며, 성조(聖祖)들의 발자취를 되새기며 하느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에 대한 사랑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다. 사실 이스라엘 백성의 성조(聖祖)들이 모두 성인군자는 아니었다. 그들도 대체로 죄를 많이 지은 인간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하느님께 돌아섰고, 지혜덕분에 구원되었다는 것을 지혜서가 강조하는 것이다. 대홍수로부터 구원받은 노아의 이야기나, 아브라함을 죄에서 보호해주었으며 아들을 희생양으로 바치라는 요구와 동시에 지혜를 주면서 믿음을 굳건하게 해주신 분도 주님이었던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우리는 신약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두려워하지만 말고 믿기만 하여라!” 공관복음서(마태 9,18~26, 마르 5,21~43, 루카 8,40~56)를 보면 야이로의 딸을 살리시고 하혈하는 부인을 고친 이야기가 나온다.
회당장 야이로는 예수님께 엎드려 절하며 자신의 딸이 방금 죽었지만 살려달라고 간청을 한다. 믿음으로 구원을 간청한 것이다. 또한 12년동안 하혈하던 여자는 예수님의 옷자락만이라도 만지면 오랜 세월의 불치병이 치유될 것이란 믿음으로 옷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누군가에게 당신의 기적이 뻗어나갔는데 나와보라고 말씀을 하셨다. 사실 이미 완치된 이후의 여인의 입장에서는 구태여 공개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었다. 괜히 안밝혀도 되는 것을 알렸다가 요즘의 메르스 사태처럼 격리되거나 욕을 먹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언제나 치유 후에 확인을 하시는 분이시기에, 우리는 “네. 치유가 되었습니다!”라고 당당히 나서서 말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신앙고백이다.
너도 하혈하던 여자처럼 고백하여라
하혈하는 여자가 두려워 떨었지만 앞으로 나아가 예수님께 사실을 고백하였듯이, 우리의 믿음이 구원받는 지점은 바로 우리의 고백이 있고난 다음이 된다. 그 신앙고백에는 여러움이 따라올 수 있지만, 그런 고난과 함께 엄청난 축복도 함께 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하혈하는 여자의 고백처럼 믿음을 고백하는 용기를 갖고 살아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 고백을 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지혜’인 것이다. “저는 하느님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지혜인 것이다.
악인을 바라보는 하느님의 마음
그렇다면 악인(惡人)들에 대한 하느님의 행위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사실 악한 행실을 뻔뻔하게 저지르는 많은 못된 인간들이 더 잘 살고 있는 세상을 우리는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인내하기보다는 분노하고 충동적으로 총 한방이나 한번의 칼날로 그 악인이 처단되기를 갈망하는 욕망에 시달린다. 그러나 하느님의 인내는 우리의 기준과 다른 것이다. 우리의 생각과 시간을 초월하시는 것이기에, 하느님은 일단 우리를 기다려주신다. 그렇지만 우리는 오해한다. “혹시 내가 아는 것 이하로 하느님은 약한 분인 건가?”라는 의혹에 시달리는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이 약해서라기 보다는 악인을 포함한 모든 만물은 하느님의 전능(全能)함으로 창조되었다는 까닭이 인내의 이유이다.
악인에게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
하느님은 입김 한번만으로도 악인을 벌할 수 있고,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지만, 피조물을 지혜롭게 다루는 창조주이신 분이다. 특히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이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자가치유능력(自家治癒能力)이 있다. 내 몸 안에 면역체계가 있어 웬만한 질병을 이겨낼 수 있듯이, 내 영혼에도 자가면역 체계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은 끝까지 알아서 돌아오도록 기다리신다. 모든 피조물을 사랑하시기에 단죄보다는 회개를 원하시는 것이다.
회개는 삶의 변화이다
그렇다면 ‘회개’란 무엇일까? 회개는 삶의 변화이다. 변화는 하느님을 만나는 사람에게 생겨나는 것이다. 문간의 지혜를 알아보는 이에게 내려진 선물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이라면 죄에서 돌아서게 된다. 우리는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가장 힘들게 생각하는 게 ‘관계’이다. 관계는 죽을 때까지 이뤄지는 삶의 모습이고, 관계는 아기들도 매우 힘들어하는 것이다. 아기는 동생이 태어났을 때, 관계가 틀어진다. 모든 걸 빼앗긴 것 같은 불안감으로 퇴행현상을 보인다. 이처럼 관계는 어려운 것이기에,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지혜’이다. 지혜가 없다면 내 ‘본성’이 너무 강해서 이겨낼 수가 없다.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지혜만이 이 사태를 해결하는 열쇠이다. 그래서 하느님께로 시선을 돌릴 때에 비로소 바로 내 눈 앞에 앉아 있는 지혜를 보는 눈을 뜨는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역사적으로 체험한 것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피조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자연의 모든 힘은 하느님 뜻에 달려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것을 역사적으로 체험했다. 이집트 탈출을 하며 굶주리고 도주하는 중에 하느님은 만나를 내려주셔서 먹게 했다. 이스라엘 인들은 이러한 여러 가지 놀라운 일들을 만났으며, 알아들었고, 이것을 자자손손 전달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내 일상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하느님이 역사하심을 느낄 수가 있을까? 하느님은 내 개인의 역사 안에서 어떤 섭리를 하셨을까? 우리는 이 부분에서 성찰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늘 자기를 성찰하고 하느님의 터치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지혜서 저자는 지혜서를 마무리하면서 가장 깊이 심어주고 싶은 구절로 지혜서를 마감하고 있다. 19장 22절에 이렇게 되어 있다.
마무리 찬송
22 주님, 당신께서는 모든 일에서 당신 백성을 들어 높이시고 영광스럽게 해 주셨으며 언제 어디에서나 그들을 도와주시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으셨습니다.
항상 내 곁에 계시기에 '임마누엘'
그래서 항상 내 곁에 계시는 하느님을 일컬어 “임마누엘”이라고 한다. 하느님이 항상 나와 함께 계신다는 뜻이다. 내가 의인이라면 이러한 하느님의 힘과 사랑을 느낀다. 지혜가 놀랄만한 모습인 것은 지혜가 모든 곳으로 침투해들어가는 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혜를 찾는 사람들은 일이 되어가는 길을 안다. 반면 너무 늦게 지혜를 알게 되는 악인이라면 뒤처진 처지에 엄청난 후회를 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의인은 세상의 모든 피조물이 다 이로움을 알면서 자연의 고마움을 느끼기에, 자연은 한층 더 우리에게 더 풍요로운 생명으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
지혜의 시작은 하느님을 삶의 중심에 모시는 것
그렇다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지혜’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혜는 가치있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그 지혜를 얻기 위해 우리가 공부를 열심해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지혜의 핵심은 바로 하느님을 삶의 중심에 모시는 것이다. 지혜는 공부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사랑하면서 얻어지는 것이다. 성서백주간 공부도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혜의 시작은 하느님 뜻에 귀를 기울이는 것
지혜가 시작되는 것은 하느님의 뜻에 귀를 기울이면서 비롯된다. 그것은 나를 내려놓는 것이며, ‘나’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행위이다. 이기적이 아니라 이타적인 것이며, 나를 내려놓고 남을 바라보는 행위이다. 내가 가진 것이 남아돌아서 남에게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소중하고 아끼는 것이지만 그것을 내어주는 것이 바로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삶이 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신약에서 예수님의 세족례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을 섬기라’는 메시지이다. 섬김이 바로 생명이 존재하는, 생명공동체가 살아숨쉬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섬긴다는 것은 남을, 타인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지혜서를 포함한 지혜문학의 메시지 - 경천애인
그래서 결론적으로 지혜문학의 메시지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하느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이웃에게 베푸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지혜이며, 그 지혜가 이웃을 사랑하게 만든다. 행복한 이들의 비결이 바로 남을 위한 이타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이타적인 삶 속에서 생겨난 축복이 행복이다. 그래서 행복은 하느님이 항상 내 곁에 계실 때 함께 있는 하느님의 선물이다. (끝)
2015.6.25(목) 8:30~10:10pm @ 전민동성당 1층
황토마스 원장수녀님의 성서백주간 강의 [구약성경 지혜서 10장~19장]에 대한 노트정리와 묵상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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