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품받고 첫 부임지 오신 보좌신부님 첫미사 강론
2014년 1월 23일 목요일 저녁 7시30분 미사
낯선 사람 보시니까 여러분 어색하시죠? 저에게도 첫 보좌신부로 이곳이 첫 부임지입니다. 제가 전민동에 온다고 하니까 축하 많이 받았습니다. 좋은 (주임) 신부님을 만나는 것은 최고의 복이고, 좋은 본당을 만나는 것도 최고의 복이라고 하는데요. 저에게 이 좋은 본당에 오도록 하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여기가 우리 본당이다 생각하니까, 행복하고 기쁘게, 기도하고 주임신부님을 위해서도 기도하고요. 그렇게 행복하게 본당의 삶을 이끌어나가고 싶습니다. 오늘 저에겐 이것이 첫미사 기간입니다. 우리 본당(산성동)에서 첫미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첫 미사기간의 첫 미사이므로 제 성소와 서품 받은 얘기를 나누겠습니다. 전 늦은 나이에 서품을 받았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신학대학을 가야 하는 건데, 저는 (일반) 대학(토목공학과)을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 온 좀 늦은 나이에 신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원래는 어려서부터 신부를 희망했습니다. 제 이름이 '박지순'인데요. 저는 어려서부터 우리 본당 신부님과 어른 친지나 부모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우리 지순이 커서 신부돼야지~~" 이 말이 저에게는 때론 무섭기도 했지만, 잘해주시는 신부님을 보며 컸기 때문에, 그래서 고교 3학년때 장래 희망을 신부라고 적었지만, 여름방학 때 생각이 바뀌어서, "신부님 저 안갑니다"라고 했어요. 나중에 신학교에 추천 입학을 받아야 되어서 신부님께 부탁하며 여쭸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에요. "너 그때는 안 간다더니, 늦은 나이에 왜 가려고 하는거냐?"
그래서 저도 모르게 "신부님 제가 그 때 미쳤었나 봅니다." 했더니, 신부님 하시는 말씀이 "야! 나도 정신차리니까 서품받고 엎드려있더라."하시는 거에요. 신학교에 가서 되돌이켜보니, 하느님께 미치지 않고, 예수님께 미치지 않고 어떻게 이 일을 택하게 되었나? 경쟁에서 이기는 삶을 살아가는 그런 사회에서의 삶을 다 포기하고 어떻게 혼자 살겠다는 이 삶을!, 세상 눈으로 정신 나가고 미친 사람으로 보일 수 있겠다고도 싶어요. 그렇죠? 미친사람으로 보이지 않나요 제가? (그러자 미사에 참여한 신자분들 이구동성으로 "아니요~~") 앞으로 저는 하느님께 미친사람 예수님께 미친 사람으로 살려고 합니다.
사실, 그 전에는 다른 데 미쳐있었습니다. 여자친구한테 미쳐 있었기도 했고요. 제 원래 (신부)의 꿈을 포기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예쁜 아내 만나서 예쁜 자식을 낳고, 그렇게 예쁜 여자친구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정말 그래서 만났습니다. 건전하고 순수하게 만났습니다.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고운 그런 여자분을 만난 거에요. 그런데 몇 개월이 지나가니까, 정말 그 사람이, 안 만나면 미칠 것 같은 그런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 생각하면 정말 뿅간다 그런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몇 개월 지나지 않아서 '야 쟤 때문에 미치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당황스러운 일이었어요. '굿바이'하고 잘 가면 되는 건데, 그 친구는 저를 좋아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식어서 다시 뜨겁게 데울 수 없을 때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미칠 것 같던 그 사랑이 어떻게 식어버릴 수 있는가. 이렇게 변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그런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변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신학교 들어가서 입학하고, 7년간 신학교에서 생활하고 많은 사랑을 받고 사제직을 받았습니다. 사실 하느님은 기적이나 현시 중 나타나서 말씀해주시는 게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이웃들. 저를 만나는 신부님들, 또 본당에서 제일 예쁘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사랑 많이 받으며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그런 사랑을 받으며 이어왔습니다.
저는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주십니까.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주십니까라는 시편 8편의 기도를 서품 성구로 정했습니다. 이 기도는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은 사람이 자신에게 베풀어주신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묵상하며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기도입니다. 이 기도는 자신의 부족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사랑 끝없이 사랑을 주시는 하느님을 묵상하며 감사와 참회의 기도를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주십니까를 마음에 갖고 사제직을 살려고 합니다. 사제품 전에 주교님과 피정을 하는데요. 그 때, 일대일 면담을 하는 데 주교님이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며칠되면 신부되는 데, 좋아요?" 제가 주교님께 "싫다"라고 하면 안되어서, "좋습니다."라고 하면서 다음 질문을 기다리는 데, 주교님이 다시 물으십니다. "뭐가 좋은데?"
저는 디테일을 생각 안해서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하느님 사제로 미사드리는 게 기쁩니다."라고 말씀드렸지요. 그런데 사실 저 지금 굉장히 떨리는 마음으로 미사를 드리고 강론을 드리고 있는 겁니다.
앞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익숙해지려고 노력하겠지만, 좀 시간이 지나야 이 떨림이 없어질 것 같습니다. 사람들한테 말잘하고 인기좋은 사제가 되고 싶은 인간적 욕심이 있기는 하겠지만, 그러나 처음 마음으로 정성스럽기 봉헌하고 강론도 헛소리하지 않고, 하느님 말씀 성실히 전하는 준비하는 그런 사제가 되겠습니다.
여러분 기도해주실거죠. ( --) 목소리가 작아요. 기도해주실거죠. (그러자, 좀 더 큰 목소리로 네에에~~)
첫 미사입니다. 우리본당에서 드리는 첫 미사입니다. 한분 한분 가족 여러분의 축복을 청하며 이 미사 올리겠습니다.
2014-1-23 목 저녁 7:30 미사.
전민동성당 박지순 치릴로 보좌신부님 서품 후 첫 부임지 첫 강론말씀 끝.
당일 신부님 말씀을 받아 적고 재정리한 노트이므로 실제 말씀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미사의 마지막 즈음에 신임 방경석 알로이시오 주임신부를 소개하는 보좌신부)
방경석 주임신부님 인사말씀. 저는 헌신부고, 여기(박지순 치릴로)는 새신부인데요. 그런데 제가 떨리네요 첫미사라서 그런지. 여러분 보니까 편안합니다. 제가 있는 동안, 주교님께서 저를 여러분과 살라고 보내주셨으니까 저를 여러분도 받아주시리라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저희를 위해서도 많이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끝)
미사 후 박지순 치릴로 보좌신부님(사제서품후 첫미사기간) 안수기도가 있었다.
(필자주. 2014년 1월 23일 목요일 오늘 오전 9시30분. 한편, 목요오전미사는 당일 떠나시는 이경렬 베드로 주임신부와 안동훈 안드레아 신부가 전민동 성당에서 보는 마지막 미사였다. 함께 등장한 두 분의 신부는 서로 사이좋게 마지막 미사를 봉헌했다. 주임신부 5년, 보좌신부 2년은 생각보다 채우기 어려운 기간이라고 한다. 그 사이에 아프거나, 사건에 휘말리거나, 개인적은 여러 사정들로 중도하차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2014-1-23 오전 9시30분. 목요오전미사는 이경렬 베드로 신부님과 안동훈 안드레아 보좌신부님의 마지막 미사였다.

목요오전 미사를 마치고, 이 두 분은 전민동 성당을 떠나셨다.

이경렬 베드로 주임신부님은 대전교구청으로 발령받으셨다.

안동훈 안드레아 보좌신부님은 로마 유학을 명 받았다. 훌륭한 학자 신부님이 되어서 돌아오실 것이다.

2014-1-23 오전 11시 무렵, 새로운 두 분의 신부님이 오셨다.
방경석 알로이시오 주임신부님은 온양신정동 성당에서 오셨다.

박지순 치릴로 보좌신부님은 서품 받고 첫 부임지로 오신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