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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강론노트/성직자강론종합

모든 것을 하느님께 내어맡겨드리고, 나는 오늘의 내 갈길을 달려라

세상을 이기시는 하느님의 역사 안에서 


우리는 결국 승리자로서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2016년 5월 9일 부활 제7주간 월요일, 온양 모종동 성당

2016년 상반기 정세미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미사와 특강)

제 70차 미사 김용태 마태오(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장) 신부님 강론



2016년의 대한민국, 갑갑하고 속상하고 막막하고 뭐 그렇습니다. 지난 총선으로 약간의 희망을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이 험난합니다. 이런 우리에게 오늘 복음의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큰 위안이 될 수 있는 말씀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별로 그렇지 못합니다. 예수님이 오신지 벌써 이천년이나 지났지만 세상이 바뀌었나요? 주님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 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시고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시고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신다고 성모님께서 노래하셨지만 그 승리의 역사가 도대체 언제 이루어질지는 기약도 없습니다. 헬조선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느끼기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주님이 세상을 이겼다고? 근데 왜 이래?


이 대목에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세상을 이겼다’고 말씀하십니다. 즉 세상을 이기는 것은 내가 아니라 예수님 당신이시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모든 것은 나를 중심으로가 아니라 하느님을 중심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보기에 ‘이렇다 저렇다’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계획안에서 하느님의 시간 안에서 하느님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입니다. 


내가 실패한 것이 하느님 계획 안에서 실패한 것인가?주


다시 말해서 내가 보기에는 실패한 것처럼 보여도 하느님의 계획안에서는 실패한 것이 아닐 수 있고 내가 보기에는 잘 된 것처럼 보여도 하느님의 눈에는 잘 된 게 아닐 수 있는 것입니다. 내가 보기에는 끝난 것처럼 보여도 하느님의 시간 안에서는 끝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모세가 그 고생을 해가면서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었지만 정작 자신은 약속의 땅을 밟아보지도 못했다고 해서 어찌 모세의 인생이 헛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조국해방을 보지도 못하고 죽은 독립투사의 삶을 어찌 실패한 삶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까! 어둠이 판치는 세상 속에서 그 어둠과 싸우다 불의하게 희생되는 이들의 그 삶이 어찌 값없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위험 속에 뛰어들었다가 아무도 구하지 못하고 그 자신도 죽었다고 해서 그 죽음을 어찌 개죽음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흥부전의 최종 결말을 보라


이들 모두는 세상을 이기시는 하느님의 역사 안에서 결국은 모두 승리자로서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흥부전을 책으로 읽는다고 할 때, 첫 부분만 읽다 말면 못된 놀부가 착한 흥부를 괴롭히는 비극처럼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 더 읽으면 못된 놀부는 벌을 받고 착한 흥부는 상을 받는 권선징악의 통쾌한 반전스토리처럼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끝까지 마저 다 읽으면 망한 놀부를 동생 흥부가 도와주며 서로 화해하고 함께 잘 살게 되는 복음이야기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결국 끝까지 다 읽어봐야 그 책이 어떤 책인지 알게 됩니다. 중간에 읽다가 속단해버리고 읽기를 그만둬서는 그 책이 어떤 책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흥부전을 끝까지 다 읽어보지도 않고 비극이니 희극이니 떠들고 있는 사람처럼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요? 하느님 승리의 역사라고 하는 거대한 복음서의 단 몇 장만 들춰보고서는 비극이니 희극이니 성공이니 실패니 하며 떠들어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人間萬事 塞翁之馬’이기에 ‘一喜一悲’할 것이 아니라 매일의 삶에 그저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물며 하느님의 장대한 구원역사와 그 오묘한 섭리를 알량한 내 인생 백년과 얄팍한 내 머리로 판단하고 측량하면서 실패니 성공이니 운운한다는 것이 말이 되겠습니까!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에 모든 것을 내어 맡겨 드려야


그러니 세상이 왜 안 변하느냐, 왜 항상 요 모양 요 꼴이냐,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 하며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에 모든 것을 내어 맡겨드리고 오늘도 내가 달릴 길을 최선을 다해 달려야 하는 것입니다. 이기고 지는 것은 나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주님께 달려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영원함을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지금 춥고 배고프고 힘들다고 해도 우리는 압니다. 지금 이 암흑의 시간이 결코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러니 절망하지 말자! 용기를 내어 일어나 갑시다! 주님께서 세상을 이겼습니다. 언젠가는 모든 참된 것이 다 되살아나는 그 날이 오고야 말 것입니다.


2016년 5월 9일 부활 제7주간 월요일, 온양 모종동 성당

2016년 상반기 정세미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미사와 특강)

제 70차 미사 김용태 마태오(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장) 신부님 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