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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강론노트/성직자강론종합

완전한 사람은 내 자신에게 집중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2014년 2월 23일 일요일 

[연중 제7주일] 밤 9시 미사 전민동 성당 강론 


오소서 성령님!  (교중. 새로 나게 하소서~~) 안녕하세요~~  어려운 부탁 하나 드릴게요. 옆사람과 인사를 나누시겠어요? (교중은 좌우전후의 여러 교우들과 인사를 나눈다.)  곁에 계신 분들이 표정이 어둡고 슬퍼보이면 왜 그럴까? 걱정하는 맘으로 기도도 드리고, 기쁜 표정이면 함께 기뻐하고 그러는 시간입니다. 어려운 거 아니죠?


신학교에 입학하면, 길게는 십년, 짧게는 7년을 공부하는 데, 그러한 신학생으로 살아가면서 과정 중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유혹이 있습니다. 바로 그만 두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것은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들로 인해서 고통을 겪고 그러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데요. 예를 들어보면, 교수 신부님과의 마찰, 신부님에 대한 실망, 교회에 대한 실망, 동료와의 불화, 공부에 대한 어려움, 다른 삶에 대한 동경과 유혹 등 등

물론 저에게도 그렇게 포기하고 싶은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돌이켜 보았을 때, 여러분은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였습니까? 제 생각에 그것은 바로 외로움을 느꼈을 때입니다. 외부의 유혹이나 여러가지 압박들, 그리고 신체적인 피곤함 등은 그때 그때 다 극복하고 넘어가는 데, 정작 외로움을 느끼면 삶에 대한 회의를 느낍니다. 한 반에 적어도 열 명 이상 되는 동기들과 웃고, 떠들고, 위로받고 살아가도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오면, 그런 외로움 앞에서는 굉장히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납니다. 

평소에 왜 이렇게 외롭게 살아야 하나 생각하다가는 그러면서 왜 외로울까를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발견한 내 모습은 다른 이가 나에게 다가오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다가가지 않아서, 무엇이든지 잘해서 인정받고, 못하는 것도 포장해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 발표를 하더라도 말을 잘하고 발표를 잘하는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제 자신을 포장하려는 자신을 발견하고 이렇게 깨닫습니다.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있었구나! 완벽함이란 포장지로 날 포장하려 하였구나! 그래서 다른 이가 다가오지 않았구나! 웃고 떠들고 했어도 진정한 내 속마음 보여주려 하지 않았구나! 

오늘 복음에서는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제가 추구했던 완벽한 사람과 거리가 먼 것이었습니다. 제가 추구했던 것은 나에게만 집중하고 앞으로만 가는 것인데, 오늘 예수님이 말씀하신 '완전한 사람이 되라'는 말씀은 나에게 집중하는 게 아니라, 내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사랑하며 도움이 필요한 이를 돕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대어라. 또 너를 재판에 걸어 네 속옷을 가지련느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어라. 누가 너에게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주어라."

오늘 복음에서는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이를 위해서 기도하는 진정한 사랑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내 외로움이 끝나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1독서의  말씀은 하느님처럼 거룩한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 복음은 이 말씀은 하느님처럼 완전한 사람이 되라고 바꾸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세상 인류 역사상 가장 완전한 사람은 누구였습니까? 바로 예수님이셨습니다. 당신의 사랑으로 그 완전함과 거룩함을 증명하신 것이죠. 잡히셔서 모진 고문을 달게 받으시고, 돌아가실 때도 겉옷과 속옷을 나눠주시고, 원수들을 용서해달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기 전까지 십자가는 죄의 상징, 불의의 상징, 스캔들 꺼리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이후, 십자가는 구원의 상징이 되고, 우리 신앙인의 자랑스러운 상징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보고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사랑은 관심에서 시작합니다. 관심이 있어야지 이 사람이 어떤 처지인지, 그것은 관심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아까 시작하며 서로 인사하고 표정도 살피고 해달라고 부탁했는데요. 바로 그러한 관심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식으로 부르짖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작 내 주위의 바로 내 옆자리에 있는 형제들에게 관심이 있는지 잠시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각자 서로에게 관심을 청하며 완전하고 거룩한 사람이 되기를 청원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미사를 정성스럽게 봉헌했으면 좋겠습니다.

2014-2-23 주일 밤 9시 미사.
전민동성당 박지순 치릴로 보좌신부님 강론말씀 끝.


당일 신부님 말씀을 받아 적고 재정리한 노트이므로 실제 말씀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