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학과 신앙은 조화의 관계 - 평화신문 2000.5.21
[사설] 과학과 신앙은 조화의 관계
2000.5.21자 평화신문
오는 (2000년 5월) 25일 과학자들의 대희년 을 앞두고 우리는 교황청과 한국교회가 2000년 대희년의 기쁨을 특별히 과학자들과 나누기 위해 이 날을 제정한 의미를 되새겨보아야 한다.
교회가 과학자들의 대희년 을 제정한 이유는 우선 밤늦도록 연구실의 불을 환히 밝히고 진리탐구에 몰두하는 그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한 것이다. 교회는 현대 과학문명의 놀라운 발전을 이끈 과학자들의 업적에 깊은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과학자들의 협력자임을 밝히고 있다.
평화에 봉사하는 과학이어야
그러나 과학과 종교의 올바른 관계를 설정하고 나아가 과학발전의 방향을 평화에 봉사하는 과학 으로 이끌어 주기 위해 이 날을 제정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흔히 종교와 과학은 양립불가능(兩立不可能)하다는 생각이 일반 대중에 팽배하다. 종교는 초경험적인 것을 논의하는 데 비해 과학은 실증적인 것을 논하기 때문에 상충된다는 것이다. 또 일반인들은 갈릴레오에 의해 촉발된 천동설과 지동설 사건 창조론과 진화론 논쟁만을 표피적으로 이해하고 상충관계로 단정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급진적 과학자들은 과학이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 종교의 영역은 점점 좁아질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지극히 단순하고 어리석은 판단이다.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선진 국가에서 과학만능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정신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교회와 과학은 초지일관 협력자적 관계
교회는 인류발전에 기여하는 과학에 대해서는 초지일관 협력자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실제로 중세시대부터 과학발전에 기여해 온 측면이 적지 않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교황청 과학원 총회 연설에서 "과학과 신앙은 유일한 진리에 봉사하고 있다. 이 귀중한 조화의 기회를 잃지 말아야 한다"며 신앙과 과학은 조화의 관계임을 천명한 바 있다.
아울러 우리는 현대의 과학 특히 생명복제·유전공학으로 대표되는 생명과학은 인류평화에 봉사하는 방향으로 연구 발전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오늘날 세계 도처의 실험실에서 행해지고 있는 비윤리적이고 반생명적인 과학적 시도들은 과학이 인간의 파멸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유한한 인간의 지능에 근거한 생명과학의 위험천만한 시도들은 즉각 재고되어야 한다. 현대의 생명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창조주 하느님의 고유 영역까지 넘볼 수 없으며 그것이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의 대희년 을 맞으면서 교회는 과학의 세계를 통해 신앙의 세계가 더욱 빛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종교의 뒷받침이 있어야 자신들의 탐구가 인류에 봉사하고 평화건설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평화신문 2000.05.21 발행]